조사(弔辭)

조사(弔辭)

강창희 전 국회의장

존경하는 김종필 총리님,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총리님 컨디션이 어떠실까, 늘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한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잠시 밖에 나가 있던 중에 悲報를 듣고 황망하게 짐을 싸서 돌아왔지만, 돌아오는 내내 총리님이 아직 살아계신 것처럼 마음이 다급했습니다.

총리님 마지막 가시는 길 지켜보지 못한 이 허망하고 죄송한 마음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저는 한편으로 이제야 총리님이 自由와 安息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총리님을 보내드리는 이 자리가 꼭 애통하지만은 않습니다.

식민지나라의 아들로 태어나서,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의 청년으로 살면서, 또 전쟁의 참화를 온 몸으로 겪으면서, 총리님은 조국을 위한 거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수천 년 가난에 찌든 無恒産無恒心의 나라를 근대화하고 산업화하자는 꿈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남부럽지 않게 사는 自由民主主義 나라를 만들자는 꿈이었습니다.

총리님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반세기에 걸쳐 우리 온 국민이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역동적인 민주주의의 나라, 인류사회가 평가하고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총리님은 일평생을 거기에 소진했습니다. 잠자고 있던 국민을 일으켜 세우고, 그 잠재력과 에너지에 불을 댕겼습니다. 한 평생 의회주의자로서 나라가 흔들릴 때마다 保守大聯合으로, DJP 연합으로, 안정과 화합의 새 물길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조국의 역사에 一身을 가두고 살아오신 총리님에게 어떻게 자유가 있었겠으며, 어떻게 편히 쉴 틈이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총리님, 세상은 오해와 왜곡으로 덮여 있기도 합니다. 巨人의 삶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총리님만큼 포폄(褒貶)이 엇갈리는 분도 없습니다. 그 이유를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험난했던 시절을 겪지 않은 세대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20세기의 가장 처참한 나라였던 독일의 어느 학자가, 오늘의 청년들은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지만 그 아버지 세대, 할아버지 세대의 역사는 모른다고 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오늘의 30대, 40대 세대가 50년 전, 60년 전의 삶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그 시절을 겪었던 세대들이라 한들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잣대, 오늘의 기준으로 먼 옛날을 말하기는 얼마나 쉽습니까.

총리님을 마지막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모인 우리 모두는, 당신에게 가해지는 그 모진 비판과 시비에 대해서까지 무어라 언짢은 말씀 한 번 하시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無恒産無恒心의 가르침이 나라를 위한 총리님의 大義였다면, 하늘도 원망하지 않고 누구도 탓하지 않은 것은 진정한 자부심을 지닌 巨人으로서 총리님이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었을 것으로 저는 짐작합니다.

총리님을 가장 멋진 남자로 만들었던 그 笑而不答의 마음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총리님, 추위가 닥치고서야 비로소 松柏의 푸름을 알게 된다고 했습니다. 역사를 달래고,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면서,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반세기를 바친 총리님의 평생의 孤獨을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총리님, 수많은 국민들이 지금 애도하고 있습니다. 큰 별이 우리 곁에서 떠나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생전에 하시던 대로 허허롭게 웃으면서 백마강 고향으로 돌아가셔서 이제 자유와 안식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더 이상은 나라 걱정도 하지 마시고, 더 이상은 국민을 위해 가슴 아파하지도 마시고 편히 쉬십시오. 총리님 영전에 강창희 삼가 분향합니다.

장례위원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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