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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故 김종필 ‘미국 유학기’ 한국전쟁 때 영남일보 연재


6·25전쟁 당시 육군대위 김종필이 영남일보에 연재한 미국유학기는 총 3부 21회에 걸쳐 연재됐다. 김종필은 이 연재를 통해 전쟁 중 유학길에 오른 감회와 평화에 대한 단상 등을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냈고, 보병학교 생활과 휴가를 받아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한 소감, 다양한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전했다.(오른쪽) 김종필은 1951년 9월 제1차 국군장교단 도미 유학생에 뽑혀 미국 조지아주 포트 베닝의 보병학교에 입교해 선진 군사훈련을 받았다. 중대 막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종필 대위. <재단법인 운정재단 제공> 

 

 

대구 신혼시절 달성공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김종필·박영옥 부부. <재단법인 운정재단 제공>

 

 

지난달 23일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6·25전쟁 당시 영남일보에 장기 연재한 ‘미국유학기(美國留學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총리는 1951년 9월 제1차 국군장교단 도미(渡美) 유학생에 뽑혀 6개월간 미국 조지아주 포트 베닝(Fort Benning)의 보병학교에서 선진 군사훈련을 받았다. 당시 육군 대위였던 김종필은 영남일보와 특약을 맺고 미국유학생활 전 과정을 21회에 걸쳐 연재했다. 이 연재물에서 그는 전쟁 중에 유학길에 오른 감회와 평화에 대한 단상 등을 섬세한 문장으로 그렸다. 또 휴가를 받아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한 소감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소개했다.

 

 

박정희 소개로 박영옥 만나 결혼

9사단 참모장으로 전방에 있던

박정희는 선물로 편지·황소 전달

 

국군장교단 유학생에 선발 도미

보병학교서 6개월 선진 군사훈련

영남일보와 특약 유학생활 연재

 

항공으로 총3부 21회 원고 전달

“훈련은 거의 전부 실탄 발사…

우리는 자유세계의 희망 될 것”​

 

◆대구에 머물다 떠난 미국유학

 

6·25전쟁 당시 육군 중위였던 김종필은 대구에 주둔하고 있던 육군본부 정보국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때 박정희 소령의 소개로 훗날 아내가 된 박영옥과 사랑이 싹텄다. 박영옥은 박정희의 셋째형 박상희의 딸이었다. 짧은 연애 이후 두 사람은 51년 2월 대구의 한 교회에서 결혼했다. 신접살림도 대구에 차렸다. 김종필이 스물다섯, 박영옥이 스물두 살 때였다. 박정희는 9사단 참모장으로 전방에 있을 때여서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전날 밤 부관(副官) 편에 축하편지와 GMC트럭에 잔치용 황소 한 마리를 선물로 내려 보냈다.

 

그러한 가운데 인해전술을 앞세운 중공군은 파죽지세로 오산까지 내려왔다. 밴플리트 대장이 미8군 및 유엔군 사령관으로 취임했을 때였다. 그는 공산군을 공격하는 요령을 미군 중에서 가장 잘 아는 장군으로 이름을 떨쳤다. 밴플리트의 지략으로 중공군의 남하(南下)는 잠시 막아냈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직감한 밴플리트는 “이 전쟁은 상당히 길게 간다. 우수한 한국 장교를 대대장 요원으로 양성해야 한다"며 후보를 뽑았다. 이때 선발된 인원이 1차 도미장교단 250명(보병장교 150명, 포병장교 100명)이었다. 당시 대위로 진급한 김종필도 미국 조지아주 포트 베닝의 보병학교 교육생으로 선발됐다. 대구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지 7개월 되던 때였다. 김종필은 그해 9월12일 부산을 출발해 28일 보병학교에 입교, 6개월간 훈련 받았다.

 

◆영남일보에 연재한 미국유학기

 

미국 보병학교에서 훈련을 받던 김종필은 당시 영남일보와 특약을 맺고 ‘미국육군보병학교생 김종필 육군대위의 미국유학기’를 연재했다. 원고는 항공편으로 보내왔다. 연재물은 52년 1월1일부터 3월16일까지 총 3부에 걸쳐 21회 실렸다. 1월1일부터 6일까지 총 5회 게재한 1부 ‘釜山(부산)에서 桑港(상항, 샌프란시스코)까지’는 부산항을 출발해 일본을 거쳐 샌프란시스코항까지 11일간의 선상 생활을 생동감 있게 소개했다. 2부 ‘桑港에서 步兵學校(보병학교)까지’는 2월23일부터 28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실었다. 미국 대륙 횡단열차를 타고 보병학교까지 가는 과정을 담았다. 3월7일부터 16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연재된 3부 ‘卒業(졸업) 앞두고 美國內旅行(미국내 여행)’은 휴가를 받아 떠난 10일간의 뉴욕·워싱턴 여행기를 다뤘다. 연재 말미에는 보병학교 생활을 간략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애초에 3부는 ‘學校狀況(학교상황) 우리들의 訓練生活(훈련생활)’을 주제로 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신문에는 ‘미국 여행기’로 바뀌었다. 추측컨대 군사기밀이 포함된 보병학교의 훈련과정을 일반에 공개하는 데는 제약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남일보는 김종필의 미국유학기 첫회를 싣는 날, ‘알리는 말씀’을 통해 ‘미국 각종 군관계 학교에 재학 중인 도미 유학생의 근황을 전달코저 본사에서는 현재 미국육군보병학교에 재학 중인 김종필 육군대위의 ‘미국유학기’를 게재하여 우리가 보낼 유학생들의 모습을 널리 일반에게 알리고저 하는 바이다’고 연재 이유를 밝혔다. 당시 영남일보는 전쟁 중에 하루도 빠짐없이 발행한 전국 유일의 신문이었고, 독자들이 가장 신뢰하고 선호하는 언론이었다.

 

◆“우수한 장교가 되어 꼭 이겨야 한다”

 

김종필은 미국유학기에서 ‘자유와 평화는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 우리가 지켜야 하는 소중한 유산’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미국의 광활한 대륙을 지배했던 인디언들이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국가 없는 비애(悲哀)를 잘 알고 있다. (중략) 삼천만이 다 흙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유구한 민족의 역사와 강토(疆土)는 지켜야 한다. 대한민국을 번영시켜야 하고 배달민족은 평화스럽고 행복하여야 한다. 우리 겨레가 지금 피와 땀으로 공산침략과 싸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그러나 번영도 평화도 자유도 행복도 누가 거저 가져다주는 값싼 덕(德)은 결코 아닌 것이다. 그 모두가 어떠한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이 세대의 우리들이 전취(戰取)하여야 할 고가(高價)의 덕인 것이다.”(제2부 1·2회 중에서)

 

한편으로는 미국의 발전상과 강인함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어느 도로든 아스팔트로 포장된 대폭(大幅)의 도로였는데 수많은 자동차들이 쉴 사이 없이 왕래하고 있었다. 수만리 이경(異境)에 멸공대군(滅共大軍)을 파견하여 매일같이 격렬한 전투를 계속하고 있으면서도 어디까지나 대륙적이고 여유 있고 평화경(平和境) 그대로인 미국. 나는 이 나라의 위대한 힘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다.”(제2부 4회 중에서)

 

포트 베닝의 보병학교에 처음 입교하던 날에는 ‘우수한 장교’가 될 것을 다짐하는 내용도 담았다.

 

“중대본부로 돌아왔을 때 나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견하고 잠시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은 ‘제6중대 본부’라는 표판 위에 사방 2m가량의 태극기가 걸려 있는데, 아침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발견 못했던 문구가 그 주위에 쓰여 있었던 것이다. ‘이 문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가장 우수한 장교들이 출입한다’라는 문구였다. (중략) 이 문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장교들이 출입하는 문이라면 우리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수한 장교가 되어야 하겠다.”(제2부 5회 중에서)

 

김종필이 입교한 보병학교는 독도법 같은 일반학을 비롯해 전술학·화기학 등을 두루 가르쳤다. 특히 전투기와 전차가 동원된 실전훈련도 받아야 했다. 그는 그러한 보병학교 생활을 미국유학기에 담으며 장교로 성장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전했다.

 

“모든 훈련은 거의 전부 실탄을 발사하며 그 포화 밑에서 실습하기 때문에 더욱 실감이 나고 열이 난다. (중략) 그 속에서 정밀한 행동으로 훈련을 쌓아 나가고 있는 우리들은 비단 대한민국의 희망일 뿐 아니라 자유세계의 희망이 되어가고 있다.”(제3부 9회 중에서)

 

미국유학기에는 다양한 에피소드도 담았다. 제1부 1회에는 미국으로 향하는 수송함의 선상 식사가 기름진 양식뿐이어서 동료유학생들이 ‘고추장 향수’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어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양식이 입맛에 맞아 쌩쌩했다’고 했다. 또 김종필은 보병학교가 있는 포트 베닝을 ‘낙원’으로 표현했다. 특히 잔디밭에 윗옷을 훌러덩 벗고 누워 선탠을 하고 있는 아가씨들을 보며 “여기가 천국”이라며 동료들과 농을 주고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김종필은 “유학기를 게재할 수 있도록 힘써 준 영남일보사와 기타 제현(諸賢)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는 6개월간의 보병학교 훈련과정을 마치고 52년 4월 귀국했다. 4개월 후인 10월30일에는 국군 6사단 19연대에 발령받아 전선에 투입됐다.​

 

 

출처 :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80702.0101007384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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